– 신입 조선 엔지니어의 첫 개인 과제 기록
1. 처음 이 규제를 접했을 때
현장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하루하루가 낯설고 새로운 일들로 채워지던 시기, 개인 프로젝트를 하나 맡게 되었다.
"선박의 경제성 평가를 해보자. FuelEU Maritime을 반영한 버전으로. 이후에는 IMO도 함께."
처음엔 ‘FuelEU? 그게 뭐지?’ 싶었다.
경제성 평가 역시 처음 접해보는 주제였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이 과제를 받아들었다.
2. 규제를 숫자로 바꾼다는 것
시작은 막막했다.
영문 보고서를 읽고, 규정 전문을 뜯어보고, 계산 로직을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이건 단순한 숫자 대입 문제가 아니었다.
규제의 의도와 논리를 정확히 이해해야, 계산도 의미가 생겼다.
그때, 한 선배님께서 FuelEU와 IMO 규제들의 구조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두신 자료를 보여주셨다.
진심으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연료 종류별 단가, GHG intensity, 벌금 기준, 연간 소비량…
수십 개의 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이 엑셀을 기반으로, 선주들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조합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계산을 넘어, 의미 있는 비교와 시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든 그래프 하나.
“같은 배라도 어떤 연료를 쓰느냐에 따라 연간 총 운항비용이 수백만 달러나 차이 날 수 있다.”
이 한 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수십 번을 다시 계산하고, 시트를 점검하고, 자료를 정리했다.
3. 진짜 배움은 계산기 너머에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나는 계산 자체보다 **그 너머에 있는 '관점'**을 배우게 됐다.
예전엔 선박을 단지 "엔지니어링 문제"로만 봤다.
하지만 탈탄소 규제를 분석하면서는
선주의 입장에서, 규제기관의 입장에서, 기술자의 입장에서
같은 선박을 반복해서 바라보게 되었다.
- “왜 메탄올이 유리하지?”
- “암모니아는 친환경적이지만 현실성이 있나?”
- “이걸 GA 도면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수치 뒤에 숨겨진 선택과 전략,
그걸 상상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과정이 진짜 배움이었다.
4. 이 과제를 마치며, 나는
FuelEU와 IMO 규제를 비교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엑셀로 정리해보고, 발표 자료까지 만들어내며,
나는 단지 기술적 자신감만 얻은 게 아니었다.
생각의 근육, 관점의 유연성, 그리고 ‘설계자처럼 사고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지금 나는 GA 도면을 해석하는 것도, Pocket Plan을 작성하는 것도 아직 많이 서툴다.
어쩌면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사람이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걸어가고 싶은 방향이다.
그래서 이 기록을 남긴다.
언젠가 이 블로그를 다시 읽게 될 날이 왔을 때,
그때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도록.
✍️ 마지막으로, 내 마음에 남은 한 줄
“기술은 나를 몰입하게 만들고, 규제는 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